The classic garden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11. 21

전석  20,000 won

15:00, 19:30

약 90분(인터미션 없음)

17세(고등학생) 이상

 

15:00, 19:30

90min(Without Intermission)

17 years and over

신화, 이야기의 원천

세상은 온갖 이야기로 넘쳐난다. 하지만 그 원류를 거슬러 가다보면 몇 가지 이야기로 축약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책 <신화, 영웅, 그리고 스토리텔링 쓰기>에서 신화의 서사구조로 이야기의 보편적 구조를 분석한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이 세상 모든 이야기의 원형을 신화에서 찾는다. 신화에는 인류가 풀어낼 수 있는 모든 이야기의 씨앗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시대와 인종을 초월한 인간 심리의 비밀을 간직한 보고,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화 속 여신들을 현대로 소환한 당찬 연극이 찾아온다.

그리스 신화 버전, 섹스 앤 더 시티

올해 3월 첫 문을 연 수요극장1이 연극으로 한국단편소설을 읽는 시간이었다면 11월에 만날 수요극장2는 그리스 신화를 무대로 담았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B.C 2000년 전 신화 속 세 여신들의 사랑 이야기에 현실을 녹여낸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제4회 서울연극인대상에서 극작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16년 3월 산울림 고전극장을 통해 초연 후 같은 해 여름 앙코르 공연에서 전석매진을 기록, 2017년 CJ문화재단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스테이지업에 선정돼 재공연 된 수작이다.

 

제우스 신전에서 열린 12신의 모임 장소에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세 여신. 선머슴 같은 아르테미스에 이어, 청담동 사모님처럼 도도하고 날카로운 헤라, 여우처럼 미소 짓는 아프로디테까지. 현대 옷을 입고 나타난 세 여신의 어색한 수다로 연극은 시작된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가벼운 연애 코치와 뒷담화로 시작해 여성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사회의 불평등과 통념에 대한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간다. 방대한 그리스 신화를 세 여신의 족보로 일목요연하게 훑어 내려가는 이 작품은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처럼 섹시하고 진솔하며 사랑스러운 여자들의 대화를 엿듣는 쾌감을 선사한다. 활자 속 인물을 현대여성으로 탈바꿈시킨 한송희, 이주희, 김희연 세 여자배우들의 앙상블과 1인 다역으로 여신들 사이에 놓인 이강우, 장세환 두 남자배우들의 연기는 몰입도를 높인다.

너무나 인간적인, 신

상상 속 신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고민과도 다르지 않다. 바람둥이 남편때문에 질투의 여신이란 오명만 남은 제우스의 정실부인이자 결혼생활의 수호신인 헤라. “결혼은 약속이고 가정을 지키는 것은 의무”라 항변하는 헤라에게 제우스는 “최고신의 옆자리가 탐이 나는 것 아니냐”며 비난을 퍼붓고, 또 다른 여신은 지난 사랑에 목을 매다 능력 있고 인정받았던 그녀 자신을 잃어버렸다며 안타까워한다. “사랑은 한 순간, 마음이 충만해지는 사랑을 하라”며 짧은 연애를 반복하는 아프로디테. 자존감 높고 자신감 넘치는 그녀지만 자유로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전 애인 아레스의 폭력에 일방적으로 당하며 상처 받는다. 한편 “나보다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는 건 잘나서가 아니라 남자이기 때문이야”라며 동생 아폴론에게 얘기하는 아르테미스는 사랑보단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을 지향한다. 남성 혐오증으로 사랑을 회피하는 그녀지만, 알고 보면 실수로 연인을 잃고 또 다시 사랑을 놓칠까 두려워하는 순정녀다. 배우자의 외도, 데이트 폭력, 여성에 대한 이중 잣대 등 2018년을 사는 여자들의 민감한 이슈들을 세 여신의 일화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이들은 관객들에게 웃고 즐기는 가운데, 최근 대두되는 사회의 ‘성(性)적 부조리’ 등 ‘젠더 감수성’이 요구되는 시대의 고민을 고찰하게 만든다.

LAS, 반짝반짝 빛나는 젊은 극단

이기쁨 연출이 이끄는 창작집단 LAS(이하 LAS)는 ‘우리 별’ ‘줄리엣과 줄리엣’ ‘손’ ‘헤카베’ ‘대한민국 난투극’ ‘미래의 여름’ 등 창작 작품부터 고전을 각색한 작품들까지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여 온 젊은 극단이다. 아는 척하고, 거짓말을 할까봐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이들은 거대한 사회담론 등 체감하기 어려운 이야기 보다 주변 결핍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가게 그려왔다. 산스크리트어로 ‘반짝임, 갑작스러운 나타남, 활활 타오름, 놀이’라는 뜻을 가진 ‘LAS’를 극단명으로 삼았듯 진지함 속에 유머를 잃지 않는 균형감각으로 ‘믿고 보는 극단’으로 연극계에 자리매김 하고 있는 이들은 웃음 뒤 묵직한 여운을 객석에 남긴다.

수다와 대화 사이, 소통의 힘

요즘 예능은 ‘먹방’에서 ‘수다’로 트렌드가 옮겨진 듯하다. 신변잡기 식 ‘수다’를 나누는 토크쇼야 늘 있어왔지만, 달라진 점은 <알쓸신잡> 시리즈를 필두로 <대화의 희열> <토크노마드> 등 교양과 예능이 크로스 된, 지적인 수다 아니 ‘대화’를 즐기는 시대와 세대로의 변화다. 이들은 단순히 지식의 공유가 아니라, 한 주제에 대한 타인의 감각과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 같음과 다름을 발견한다. 타자를 이해하고, 타자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결국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게 하는 힘. 건강한 대화는 서로 통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신화에 빗대어 하는 연극 속 이야기는 비단 여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타인을 오해하고, 타인에 오해받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섣불리 결론을 내기보단 문제를 같이 공감하고 고민하는 것이야 말로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그래서 연극이 끝나고 여신들의 대화는 끝나지만 돌아가는 길엔 건강한 대화가 다시 시작되길 바란다.

 

글. 공연기획팀 전선미

© Daejeon Arts Center, Korea. Rights Reserved.

신화, 이야기의 원천

세상은 온갖 이야기로 넘쳐난다. 하지만 그 원류를 거슬러 가다보면 몇 가지 이야기로 축약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책 <신화, 영웅, 그리고 스토리텔링 쓰기>에서 신화의 서사구조로 이야기의 보편적 구조를 분석한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이 세상 모든 이야기의 원형을 신화에서 찾는다. 신화에는 인류가 풀어낼 수 있는 모든 이야기의 씨앗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시대와 인종을 초월한 인간 심리의 비밀을 간직한 보고,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화 속 여신들을 현대로 소환한 당찬 연극이 찾아온다.

그리스 신화 버전, 섹스 앤 더 시티

올해 3월 첫 문을 연 수요극장1이 연극으로 한국단편소설을 읽는 시간이었다면 11월에 만날 수요극장2는 그리스 신화를 무대로 담았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B.C 2000년 전 신화 속 세 여신들의 사랑 이야기에 현실을 녹여낸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제4회 서울연극인대상에서 극작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16년 3월 산울림 고전극장을 통해 초연 후 같은 해 여름 앙코르 공연에서 전석매진을 기록, 2017년 CJ문화재단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스테이지업에 선정돼 재공연 된 수작이다.

 

제우스 신전에서 열린 12신의 모임 장소에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세 여신. 선머슴 같은 아르테미스에 이어, 청담동 사모님처럼 도도하고 날카로운 헤라, 여우처럼 미소 짓는 아프로디테까지. 현대 옷을 입고 나타난 세 여신의 어색한 수다로 연극은 시작된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가벼운 연애 코치와 뒷담화로 시작해 여성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사회의 불평등과 통념에 대한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간다. 방대한 그리스 신화를 세 여신의 족보로 일목요연하게 훑어 내려가는 이 작품은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처럼 섹시하고 진솔하며 사랑스러운 여자들의 대화를 엿듣는 쾌감을 선사한다. 활자 속 인물을 현대여성으로 탈바꿈시킨 한송희, 이주희, 김희연 세 여자배우들의 앙상블과 1인 다역으로 여신들 사이에 놓인 이강우, 장세환 두 남자배우들의 연기는 몰입도를 높인다.

너무나 인간적인, 신

상상 속 신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고민과도 다르지 않다. 바람둥이 남편때문에 질투의 여신이란 오명만 남은 제우스의 정실부인이자 결혼생활의 수호신인 헤라. “결혼은 약속이고 가정을 지키는 것은 의무”라 항변하는 헤라에게 제우스는 “최고신의 옆자리가 탐이 나는 것 아니냐”며 비난을 퍼붓고, 또 다른 여신은 지난 사랑에 목을 매다 능력 있고 인정받았던 그녀 자신을 잃어버렸다며 안타까워한다. “사랑은 한 순간, 마음이 충만해지는 사랑을 하라”며 짧은 연애를 반복하는 아프로디테. 자존감 높고 자신감 넘치는 그녀지만 자유로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전 애인 아레스의 폭력에 일방적으로 당하며 상처 받는다. 한편 “나보다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는 건 잘나서가 아니라 남자이기 때문이야”라며 동생 아폴론에게 얘기하는 아르테미스는 사랑보단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을 지향한다. 남성 혐오증으로 사랑을 회피하는 그녀지만, 알고 보면 실수로 연인을 잃고 또 다시 사랑을 놓칠까 두려워하는 순정녀다. 배우자의 외도, 데이트 폭력, 여성에 대한 이중 잣대 등 2018년을 사는 여자들의 민감한 이슈들을 세 여신의 일화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이들은 관객들에게 웃고 즐기는 가운데, 최근 대두되는 사회의 ‘성(性)적 부조리’ 등 ‘젠더 감수성’이 요구되는 시대의 고민을 고찰하게 만든다.

LAS, 반짝반짝 빛나는 젊은 극단

이기쁨 연출이 이끄는 창작집단 LAS(이하 LAS)는 ‘우리 별’ ‘줄리엣과 줄리엣’ ‘손’ ‘헤카베’ ‘대한민국 난투극’ ‘미래의 여름’ 등 창작 작품부터 고전을 각색한 작품들까지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여 온 젊은 극단이다. 아는 척하고, 거짓말을 할까봐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이들은 거대한 사회담론 등 체감하기 어려운 이야기 보다 주변 결핍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가게 그려왔다. 산스크리트어로 ‘반짝임, 갑작스러운 나타남, 활활 타오름, 놀이’라는 뜻을 가진 ‘LAS’를 극단명으로 삼았듯 진지함 속에 유머를 잃지 않는 균형감각으로 ‘믿고 보는 극단’으로 연극계에 자리매김 하고 있는 이들은 웃음 뒤 묵직한 여운을 객석에 남긴다.

수다와 대화 사이, 소통의 힘

요즘 예능은 ‘먹방’에서 ‘수다’로 트렌드가 옮겨진 듯하다. 신변잡기 식 ‘수다’를 나누는 토크쇼야 늘 있어왔지만, 달라진 점은 <알쓸신잡> 시리즈를 필두로 <대화의 희열> <토크노마드> 등 교양과 예능이 크로스 된, 지적인 수다 아니 ‘대화’를 즐기는 시대와 세대로의 변화다. 이들은 단순히 지식의 공유가 아니라, 한 주제에 대한 타인의 감각과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 같음과 다름을 발견한다. 타자를 이해하고, 타자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결국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게 하는 힘. 건강한 대화는 서로 통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신화에 빗대어 하는 연극 속 이야기는 비단 여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타인을 오해하고, 타인에 오해받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섣불리 결론을 내기보단 문제를 같이 공감하고 고민하는 것이야 말로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그래서 연극이 끝나고 여신들의 대화는 끝나지만 돌아가는 길엔 건강한 대화가 다시 시작되길 바란다.

 

글. 공연기획팀 전선미